
『먼 길의 노래 ― 란즈 엔드에서 갤러리 꿀뽕까지』는 세계를 건너온 여행자의 기록이면서, 한 사람의 삶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과정을 담은 서정의 책이다. 지구 197개국을 걸었고, 커피 생두가 자라는 거의 모든 나라를 찾아 사람들을 만났던 시간. 그 길 위에서 건져 올린 몇 장면, 몇 사람, 몇 마디 말을 오래 붙들어 둔다.
인도 바라나시에서 푸자를 집전하던 사제가 반지를 건네며 말한다. “너는 매우 특별한 사람이고, 네가 이것을 가져야만 해.” 낯선 강가에서 건네진 그 문장은 여행자의 마음을 흔든다. 짜이 가게의 공기, 강물의 빛, 사람들의 시선까지 함께 스며들며 한 장면이 된다. 저자는 그 순간을 크게 설명하지 않는다. 그저 있었던 일처럼 적어 내려간다. 그 담담함이 오히려 깊은 울림을 남긴다.
이 책은 란즈 엔드에서 시작해 갤러리 꿀뽕으로 이어진다. 세계의 끝이라 불리는 장소에서의 고독과, 가족이 둘러앉아 서로의 글을 낭독하는 밤이 한 줄로 연결된다. 화가인 아내와 함께 운영하는 공간, 아이가 위대한 작가의 문장을 필사하던 시간. 어느 날 아이가 아빠의 여행을 듣고, 읽고, 쓰고 싶다고 말한다. 그 말이 이 책의 시작이 된다. 100개의 경험 가운데 12개의 여정을 골라, 가족에게 들려주듯 풀어낸 이야기다.
이 책에서 여행은 이동의 기록이 아니라 만남의 축적이다. 커피 농부의 손, 거리에서 마주친 눈빛, 강가의 저녁 빛과 같은 장면들이 차분히 놓인다. 풍경은 배경이 되고, 중심에는 사람의 체온이 남는다. 세계를 건너온 시간은 결국 가장 가까운 자리로 돌아온다.
<작가소개>
저자 / 혼 리
존재로서 자랑하고픈 내 아내와
내 아이의 남편이자 아빠.
커피 볶는 미술관 갤러리 꿀뽕의
공동(아내와) 주인.
197개국에서 천천히 걸어본 자.
커피가 재배 생산되는 모든 나라를 가본 자.
커피를 기호하는 자.
많은 나라에서 요가를 가르친 자.
많은 나라에서 커피를 가르친 자.
『커피의 시 I, Ⅱ, Ⅲ』과
『누가 너를 위로해 줄까』의 시인.
그리고
인생, 교육, 마음을 이야기해 주는
공시시 운영자.
<이 책의 목차>
제1부. 고독의 이해 – 나를 잃어버리고 싶을 때는
01. 무박 3일 4,000km 정도 운전해 줄 수 있어요?
- 영국에서
토모코가 그려준 에든버러 성
란드 엔즈 절벽에서 메이가 사진으로 남겨준 나
4,250km 무박 3일의 여행 동선
02. 백곰과 형제가 되다 : 아이를 바라보다
- 한국과 러시아에서
뮤챠가 준 칼
03. 뭔가 끊어졌다
- 예멘에서
04. 아직 만날 때가 아니다. 돌아가라 : 용서하다
- 쿠바에서
체 게바라
나의 영정 사진
까를로스와 요끼
루라
라라
요끼
로치
노치
호스탈 정원
제2부. 이해의 시간 - 이어져야 한다
05. 흔한 일입니다
- 파나마에서
줄리, 백팩커스 인 사장님
파나마 한국대사관 파나마 직원
06. 파라마운트 픽처스에 이 영광을 돌린다
- 아르헨티나에서
07. 커피농장을 방문하기에 좋은 시기는 아닙니다
- 아이티에서
임마누엘과 에드나
맥신
임마누엘의 집
커피농장 가는 차 안에서
브라질 평화유지군
반군 포로
커튼 뒤의 광장에서 전투가 있었다
08. 아기를 업고 있는 작은 아이
- 부룬디에서
영어, 프랑스어로 작성된 사건 경위서
피터의 위로 카드
피터
금 간 손을 대충 깁스하다
제3부. 상처의 옹이 – 시간이 나를 본다
09. 친구들로 가득한 훕스골 가는 길
- 몽골에서
멈출 수 없는 나
20,000km의 선생님
하타츄
10. 약속을 지켜야 한다
- 우간다에서
내가 탄 버스가 전복
수업을 위한 생두들
로스팅하는 나
원두들
제4부. 당신에게 닿기까지 - 란즈 엔드에서 갤러리 꿀뽕까지
11. 끝에서. 친구 달팽이가 해준 말
- 포르투갈에서
내 친구 달팽이
여행의 동반자 자전거
까보 다 호까에서 나
유럽 자전거 여행 동선
12. 짜이왈라에서 바리스타와 로스터와 시인 그리고 갤러리 꿀뽕
- 인디아에서
그는 브라만이다
그가 준 반지
내가 만든 목걸이들
나는 바라나시 짜이 왈라
나는 맥크로드 간즈 짜이 왈라
티베탄 노스님이 주신 염주
에필로그
우리 꿀뽕아
- 한국에서
꿀뽕을 처음 만나, 부른 날
대답하는 꿀뽕
눈을 맞으며 기다린 꿀뽕 - 함께 살기로 결정하다
잠자는 꿀뽕
생각하는 꿀뽕
관찰하는 꿀뽕
고양이 황제 꿀뽕
내 아이와 아내
내 아이와 나
내 아내, 사랑하는 나의 여인
내 아이와 내 아내와 나
커피 드립 및 콘파냐 만드는 과정
짜이 만드는 과정
요기 혼. 파키스탄 카림 아바드에서 내게 요가를 배운 마레가 그려준 나
<이 책 본문 中에서>
내가 2달러를 내미니까, 그 운전사는 앞에 있는 관광 경찰 초소로 차를 몰고 간다. 트렁크에 내 백팩이 들어있는 채로.
운전사가 경적을 울리자, 관광 경찰이 나온다.
운전사가 경찰에게 가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하고, 내가 차비 2달러에 대해 이야기를 하니까, 그 관광 경찰은 어깨만 으쓱한다.
이 녀석은 또 뭐지 싶었다.
아무래도 일이 꼬이는 것 같다.
그런데 계속 귀에 거슬리는 건 이런 것이다.
운전사와 관광 경찰이 계속 나를 보며 치노. 치노. 치노. 치노.
내가 나는 치노가 아니라 한국인이라고 말해도, 그들은 비웃으며 치노라고 계속 말한다.
이 치노는 그러니까 성명 불상의 아시안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비하하는 인종차별이다.
도대체 중국인이 얼마나 쓸데없는, 나쁜, 혹은 악랄한 짓을 많이 했으면 이 모양이 되었을까 싶다.
뭔가 어수선하게 돌아가고 있다.
알 수는 없지만 관광 경찰이 어딘가로 전화한다. 그리고 하는 말이,
“경찰이 올 것이다.”
“네가 경찰이잖아.”라는 나의 말에, 그 관광 경찰이 어깨를 으쓱한다.
그리고 치노가 말이야. 치노는 그래서. 치노가 어쩌고 계속 치노. 치노. 자기네들끼리 지껄인다.
<추천사>
『먼 길의 노래 ― 란즈 엔드에서 갤러리 꿀뽕까지』는 한 사람이 걸어온 지리적 여정을 넘어, 존재의 끝에서 다시 삶으로 돌아오는 내면의 귀환을 기록한 여행 성찰 에세이다. 책의 첫 문장에 적힌 고백처럼, 이 이야기는 “죽으러 갔던 사람이 살아 돌아와 사랑에 닿는 이야기”다. 그 한 문장은 이 책의 결을 정확히 드러낸다. 먼 길은 공간의 거리가 아니라 마음의 심연이며, 노래는 그 심연을 통과하며 길어 올린 숨결이다.
저자 혼 리는 화가인 아내와 함께 ‘화가와 시인의 집’이라 불리는 갤러리 꿀뽕을 운영하며, 매일 밤 가족과 서로의 기록을 낭독해 온 사람이다. 이 책은 아이의 말 한마디에서 비롯된다. 아빠의 여행을 듣고 읽고 쓰고 싶다는 아이의 바람. 그 소박한 요청 앞에서 그는 자신이 지나온 시간을 다시 꺼내어 본다. 지구상 197개의 나라를 걸었고, 커피 생두가 자라는 거의 모든 나라를 찾아 사람과 향을 만났던 시간. 그 방대한 체험 가운데 100개의 장면을 추리고, 다시 그중 12개의 여정을 골라 세상에 내놓는다. 이 책은 그렇게 가족의 응원 속에서 시작된다.
저자가 추억하는 각 나라의 풍경은 곧 사람의 얼굴로 이어지고, 커피 한 잔은 삶과 연결된다. 인도 바라나시에서 푸자를 집전하던 사제가 손가락에 끼고 있던 반지를 빼어 건네는 장면은 특히 오래 남는다. “너는 매우 특별한 사람이고, 네가 이것을 가져야만 해.” 이는 타인의 눈에 비친 자신의 존재를 다시 확인하는 순간이다. 낯선 땅에서 건네받은 반지는 행운의 상징이기 전에, 자신을 믿어도 좋다는 허락처럼 읽힌다.
이 책에는 세계 곳곳의 도시와 마을, 바다와 골목, 사람과 언어가 등장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심에 놓인 것은 관계다. 사제와 짜이 가게 주인, 커피 농부와 여행자, 그리고 무엇보다 아내와 아이. 저자는 자신을 “죽으러 갔던 사람”이라 고백하지만, 문장 곳곳에는 이미 삶을 붙드는 힘이 흐른다. 가족에게 이 기록을 바치며, 아내를 “내가 사랑하는 여성이자 친구이자 스승”이라 부르는 대목에서 그 힘의 근원을 엿볼 수 있다. 먼 길을 걷게 한 것도, 다시 돌아오게 한 것도 결국 사랑이라는 사실을 그는 담담히 이야기한다.
그의 문체는 과장되지 않고, 장면은 또렷하다. 한 장면 한 장면이 엽서처럼 놓이고, 그 아래에 삶을 통과한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체온이 배어 있다. 여행의 물리적인 거리보다 더 인상적인 것은, 그가 사람을 바라보는 눈이다. 거리에서 만난 이들의 손짓과 눈빛, 커피를 내리는 순간의 집중, 반지를 건네는 손가락의 떨림까지 아름답게 포착한다. 세계는 그에게 삶이고 사람이었다.
『먼 길의 노래』는 떠나는 길 위에서 쓴 기록이지만, 결국 돌아오기 위한 책이다. 란즈 엔드에서 시작해 갤러리 꿀뽕으로 이어지는 여정은 끝에서 다시 시작으로 이어지는 원환의 구조를 이룬다. 가장 먼 곳까지 갔다가 가장 가까운 자리로 돌아오는 길. 그 사이에서 저자는 삶을 다시 선택한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먼 길을 걷고 있다. 누군가는 지리적으로, 누군가는 마음속에서. 때로는 끝이라고 생각한 자리에서 다시 살아야 하는 순간을 맞는다. 그때 이 책은 거창한 위로 대신, 한 사람의 구체적인 발걸음을 보여준다. 죽음의 충동을 건너 사랑에 닿은 한 인간의 기록은, 독자에게도 조용한 질문을 던진다. 당신의 먼 길은 어디에서 시작되었는가. 그리고 어디로 돌아가고 싶은가. 이 책은 여행에세이이면서 동시에 귀환의 서사이며, 한 가족이 함께 쓴 성장의 기록이다. 먼 길 끝에서 들려오는 노래가 여운을 잔잔히 남긴다.
(혼 리 지음 / 보민출판사 펴냄 / 356쪽 / 신국판형(152*225mm) / 값 18,800원)
자료제공: 보민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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